쇠뿔에 책을 걸다, 열심히 공부하다.
牛(소 우) 角(뿔 각) 掛(걸 괘) 書(글 서)
소의 뿔에 책을 걸어 놓는다는 뜻으로 소를 타고 독서함을 이르는 말. 즉, 시간을 아껴 오로지 공부하는 데 힘쓰는 태도를 비유함.
반딧불과 눈빛으로 책을 읽었다는 형창설안(螢窓雪案)이나 잠을 쫓기 위해 머리카락을 매달고 넓적다리를 찌르는 현두자고(懸頭刺股), 마당에 널어놓은 보리가 소나기에 떠내려가는 줄도 모르고 책을 읽었다는 고봉유맥(高鳳流麥) 등이 잘 알려져 있다.
이런 성어에 못지 않게 쇠뿔에 책을 건다는 이 말은 길을 가면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李密(이밀, 582~618)의 이야기에서 나왔다. 이밀은 수나라 때의 명문가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포부가 커 천하를 구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했다. 처음 음덕으로 楊帝(양제)의 하급관리로 있다가 병으로 사직하고 고향에서 독서에 전념했다. 어느 때 평소 존경하던 학자 包愷(포개)가 살고 있는 곳을 알아내고 먼 길을 가면서도 책을 읽을 방법을 찾다가 묘안을 떠올렸다.
먼저 갯버들을 뜯어 안장을 엮은 뒤 소의 등에 얹고, 양 뿔에 읽던 한서 책을 걸고서는 가면서 책을 읽었다. 한손으로는 고삐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책을 읽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. 그 때 길을 지나던 재상 양소가 보고 기이하게 여겨 무슨 책을 보고 있느냐고 물은 뒤 자신의 아들과 교유하도록 했다. 구양수 등이 엮은 '新唐書(신당서)'의 이밀전에 실려 전한다.
이밀의 후일은 그러나 탄탄대로가 아니었다. 양소의 아들 밑에 모사로 들어갔다가 계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반란 집단에 가담하게 되었고, 당나라에 귀순한 뒤 다시 반란을 일으켰다가 결국 36세 되는 해 살해되고 말았다. 시간을 아껴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한 결과가 허무하다. 학문 외의 세상 흐름에 너무 무심하고 자기 길만 옳다고 여긴 결과가 아니었을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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